열광금지, 에바로드 라껠, 읽다


제목: 열광금지, 에바로드
저자: 장강명
출판사: 연합뉴스
ISBN: 9791187540489
한국십진분류법: 813.7
읽은 기간: 2021년 12월 23일~2022년 1월 4일
별점: ★★★
한줄평: 열정적인 그대여 성공한 덕후가 되리라

2022년 1번째 책.

전설로 전해오던 책이 전자책으로 출판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리디북스 캐쉬충전하고 부자가 된 기분으로 읽고 싶었던 책들 다 구매해야겠다며 호기롭게 검색했는데 있었다.

내가 한창 이 책을 찾아다닐 때는 전자책으로는 나오지 않았었다. 늘 품절이라 책을 구매할 수도 없었다. 이 책을 읽고 싶어하던 대학 선배도 이 책을 찾아 공립도서관을 다 뒤졌지만 모두 대여중이라 구할 수 없음에 비통해했다. 

드디어 읽게 되었다.

에반게리온 덕후 박종현에 관한 이야기. 성공한 덕후가 된 그의 일대기를 다뤘다. 우리가 왜곡하기 쉬운 애니덕후의 편견을 깨주며 책장을 넘길수록 감동을 주는 마법과 같은 책이다.

에반게리온 제작사 스튜디오 카라는 전세계 에반게리온 오덕들을 상대로 4개국 스탬프 랠리 이벤트를 열고 종현은 자신의 고단한 삶을 헌사하며 그 여정을 시작한다. 그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이름이 "열광금지, 에바로드"이다.

지독히 가난한 집에서 성장한 그에게 에반게리온은 그에게 희망을 주는 또다른 세상이자 현실을 잊게하는 탈출구였다.

주인공 박종현이 1983년생인 탓에 나와 같은 학년을 보낸 친구 같고, 성장시기가 같아 공감이 많이 가는 부분이 많았다. 이를테면 이해찬세대의 비극이랄까.

무언가를 좋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열정적으로 행동으로 옮기는 박종현의 모습에 박수를 쳐주고 싶었고 그지같은 그의 삶에서 에반게리온이 어떤 의미인지를 알기에 무사히 랠리가 끝나고 그가 목표하는 바를 바라기를 진심으로 빌었다. 이리치이고 저리치이고 자신이 무언가를 하고 싶을 때 외부적 요건으로 그 꿈을 접을 수 밖에 없는 모습에 대학 때, 혹은 대학 졸업 후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그래서 더욱 박종현에게 연민의 감정을 느꼈나보다.

----------------------------------------------------------------------------------------------------------------

소설 속에서 묘사되는 박종현의 성격과 외모는 내가 아는 누군가와 너무 닮았다. 그래서 그와 닮은 박종현의 모습이 나오는 부분을 발췌해서 장문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정작 관심도 없었고 읽었냐는 질문에 난독증이 있다고 말하네. 난독증 있는 건 몰랐는데.

난 소설 읽으면서 그 사람이랑 참 닮아서 싱글벙글하면서 읽었는데 정작 그 사람은 관심 1그람도 없기에 풀이 죽었다. 그냥 여기에 발췌한 부분을 적어서 기운 빠진 내 어깨를 다시 일으켜 세워야겠다.

----------------------------------------------------------------------

나는 박종현이 전형적인 오덕 외모를 지녔을 거라고 상상하고 있었다. 안경을 쓰고, 여드름이 많고, 돼지 같은 체형에다 ‘하, 하, 하’ 따위의 어색한 웃음을 남발하면서 오덕 용어를 쓰고, 상대의 어리둥절해하는 반응에 곧바로 풀이 죽는 스타일 말이다. 여자와 사귀어본 적은 당연히 없고, 친한 친구도 없으며, 사교성은 빵점에 쓸데없이 자존심만 강한 인간, 성인용 애니메이션을 보며 자위를 하고, 여드름을 짜서는 그걸 책상 아래 몰래 문질러 묻혀놓는 부류를 상대해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전화기 저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멀쩡했다. 예의 바른 데다 사근사근까지 했다. 게다가 내 예상과 달리 직업도 있는 청년이었다. 
…(생략)…
다음 날 박종현을 만났을 때 나는 한 번 더 놀랐다. 안여돼 이기는 커녕, 굉장히 잘생긴 청년이 내 앞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냥 잘 생겼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색기가 줄줄 흐르는 묘한 매력의 소유자였다. 기생오라비같이 생겼는데 호감형이라고 하면 이해가 가실는지? 종현을 처음 봤을 때 나는 나기사 카오루를 떠올렸다. 종현은 날씬했고, 여드름도 없었다.

그는 내성적인 편이었다. 필요할 때에는 사교성을 발휘할 수 있었으나,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았다. 다른 사람과 함께 있으면 에너지를 잃는 편이었다.

"...저는 이죽거리기 좋아하고 겉보기에는 사교적이고."

"...난 여자들은 아무나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쉽게 사귈 수 있어."

클라이언트들은 전산실의 다른 파견 개발자들이 종현의 깔끔한 일처리를 본받길 원했지만, 정작 동료들이 종현으로부터 배우려는 바는 따로 있었다. 밀린 월급을 한번에 받아내는 법이었다. 두 달, 석 달씩 월급을 못 받으면서도 사장한테 큰소리도 제대로 못 치는 개발자들에게 종현은 무슨 마법을 부리는 사람처럼 보였다.

퇴근 직전에 원청회사에서 월요일 아침까지 버그를 잡아달라며 지시 사항을 몇가지 보내왔다. 
내용을 보니 원청회사의 개발팀이 스스로 해야 할 일을 하청업체에 떠넘기는 것이었다. 그러나 딱히 항의할 수는 없었다.

종현은 그다지 실망한 표정을 짓지도 않았다. “내가 하는 일이 다 그렇지 뭐”라고 중얼거렸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



진짜마지막트위터위젯

BBC Mundo